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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내신 대수술, 뜨거운 감자

[함께하는 교육] 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교육 공약인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이하 성취평가제)가 7월에는 결론이 날 예정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현재 중3 학생들이 내년 고등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마침 2021학년도에는 ‘수능 절대평가제’ 전환도 검토 중이어서 교육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성취평가제가 언제, 어떤 식으로 시행되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교사·학생·학부모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성취평가제란 국가 교육과정에 근거한 교과목별 성취기준·성취수준을 바탕으로 학생의 학업 성취 정도를 평가하고, A-B-C-D-E로 성취수준을 부여하는 평가제도다. 석차와 석차등급 표기를 삭제하고, 원점수/과목 평균(표준편차)을 함께 적는다. 상대평가가 ‘서열 중심’이라면 성취평가는 ‘목표 중심’이다. 현재 중학교는 모든 학년에서 성취평가제를 시행한다. 현재 고등학교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A~E 성취평가제 점수와 상대평가인 석차 9등급제 점수를 함께 표기한다. 이 때문에 고등학교도 학생부에 석차등급을 없애고 성취도로만 학생을 평가하자는 게 핵심이다.

 

기존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지나친 경쟁으로 학생들이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 석차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중·고교 학습평가 방법 개선 필요성이 줄곧 나왔다. 1~2점 차이로 석차(중학교)나 등급(고등학교, 9등급제)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고교학점제’도 전면 시행이 가능하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다. 성취평가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내신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의 전제조건이 성취평가제인 것이다.

 

성취평가제가 상대적으로 내신에서 불리했던 외고·자사고 학생들한테 유리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 학교들이 시험을 쉽게 내 내신 부풀리기를 한다면 일반고에 불리하고 외고·자사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거라는 논리다. 대학도 선발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고등학교의 내신 부풀리기는 학생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고, 대학 쪽에서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문제풀이식의 심층면접 등을 부활할 수 있다. 성취도만 보지 않고 Z점수((원점수-평균)/표준편차)로 성적을 가공하는 대학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Z점수는 성적대가 비슷한 학생들이 몰려 있는 외고·자사고가 유리한 측면도 있다. 게다가 2021학년도에 ‘수능 절대평가제’가 ‘성취평가제’와 동시에 시행되면 혼란이 크므로 성취평가제를 유예하자는 목소리도 크다.

 

성취평가제 즉각 시행이 어려운 이유는 수능 절대평가제, 고교학점제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성취평가제가 추구하는 교육적 목표와 미래지향적 가치에 대해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입시의 공정성과 투명성도 중요한 가치다. 우리는 이미 내신 절대평가 실패 경험이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도 살펴봐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세부사항)에 있다’는 말을 꼭 새기자.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