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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 그림은 그리고 가야죠

3월 마지막 주에 접어들면서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을 겁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연말에 차분히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어떤 결과를 내고 싶은지 생각해볼 때입니다. 아무 계획 없이 살다 보면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 새듯 시간이 흐를 것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학생)는 고양이(교사)에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묻습니다. 고양이가 다시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묻자 “어디로 가든 별 상관은 없어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아무 길로나 가려무나.” 고양이가 대답합니다. 혹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막연하다면, 그건 이번 학년에 이루고 싶은 결과물에 대한 구체적인 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한 해 동안 학교에서 다양한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해야 할 활동은 많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잘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 교육계 화두는 ‘평가의 혁신’입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수능 절대평가가 확대되면서 수능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해 이 전형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어찌 됐든 ‘금수저전형’, ‘깜깜이전형’ 등 논란이 있긴 하지만 학종은 일정 규모 선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학생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구체적인 활동로드맵 작성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활동로드맵 작성은 진로 설정하기, 다양한 교내 활동 파악하기, 내게 맞는 활동을 선택하고 역량 계발 계획 세우기 등 크게 3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자신이 앞으로 어떤 분야로 진출할지에 관한 진로 방향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합니다. 최근에는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면서 진로에 대한 방향을 어느 정도 잡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진로 방향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명확하지 않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정한 진로 방향에 근거해서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단계로 학교 교내 대회, 학교 특성화 프로그램, 창의적 체험 활동 등 모든 비교과 활동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에 맞는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개설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담임 교사, 진로 담당 교사, 교육과정 담당 교사 등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경안고는 활동체계표를 만들어 관련 정보를 수업시간에 제공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에 근거해서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선택해 활동로드맵(사진)에 기록하고 역량 계발 계획을 세우게 합니다. 내가 교사 지망생이라고 한다면 교과에 따라 영어 말하기 대회나 과학 발명품 대회에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후배들을 성장시켜보는 경험도 중요할 겁니다. 이럴 땐 봉사활동을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공부를 도울 수도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한다면 교육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게 좋겠죠. 만약 관련 동아리가 학교에 없다면 자율동아리를 스스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신이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각 활동을 통해서 이러한 역량을 계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올 한 해만이 아니라 고교 전체에 대한 활동로드맵을 그려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활동로드맵을 작성했다고 꼭 그대로 학교생활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큰 그림을 놓고 로드맵을 따라가다 보면 쓸데없는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최원(안산 경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