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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파도 만난 서퍼처럼 필요한 시점에 ‘딱' 일어서라
문샘과 함께 ‘자기방어훈련’

적당한 파도 만난 서퍼처럼 필요한 시점에 ‘딱' 일어서라


아기들은 움켜쥐는 능력이 대단하다. 움켜쥐는 힘으로 자기 몸을 들어 올릴 정도다. 매달리는 일에는 온몸이 관여한다. 머리가 뒤로 젖혀지지 않도록 조절되는 목. 팔을 굽히는 각도를 맞춘다. 무릎을 올리고 몸통의 근육이 힘을 끌어올린다. 매달리는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림픽 중계에서처럼 해설을 듣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아기들은 어른들이 잡아주기만 하면 한순간에 매달리곤 한다. 

우리가 자라는 동안, 몸은 커졌고 비율도 달라졌다. 어떤 몸짓은 여자답지 못하다고 교육을 받아오면서 점차 몸을 쓰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니 아기 때처럼 매달리는 일이 쉽지 않다. 이런 타고난 몸의 능력을 묵혀뒀다면 몸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머리로 이미지를 상상해가면서 하나하나 이해하고, 따라 해보면서 고쳐나가고, 힘을 길러 익히려 애쓰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원숭이처럼 철봉을 보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매달릴 수 있게 된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완전히 ‘익혔다’고 할 수 있다. 몸에 관한 지식은 몸으로만 익힐 수 있다. 

공격자는 서 있는데 나는 바닥에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상황이라면, 그 자세는 상대적으로 너무나 취약하다. 공격자가 발에 몸무게를 싣는다면 그 위력이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데다가, 앉아 있는 사람은 기동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벌떡 일어나는 것은 중요한 방어능력이다.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은 서핑보드 위에 엎드려 누웠다가 적당한 파도를 만나 보드 위로 딱 올라서는 것을 ‘팝업’이라고 부른다. 카드를 펼치자마자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축하 문구처럼 적당한 파도를 만난 순간에 ‘짠!’하고 일어서는 것이다.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내는 시간, 박수를 한 번 쳐서 ‘짝!’ 소리가 나는 시간, 찰나처럼 느껴지는 시간 안에 일어서는 것이다.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일이 무엇이 어려울까 싶지만 지금 당장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박수 소리 한 번에 일어나보자. 몸으로 해보고서야 알게 될 것이다. ‘아, 온몸이 관여하는 일이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알게 되는 것들. 나는 내 몸을 들어 올릴 정도의 힘이 있는가, 적당한 기술을 가졌는가, 균형을 재빨리 잡을 수 있는가.

신체훈련을 많이 하면 당연히 신체 방어능력이 올라간다. 더 중요한 것은 신체적으로 방어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도 방어능력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교복치마를 입고 계단을 두 칸씩 뛰어 내려가는데도 전혀 불안한 느낌을 주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리듬이 살아있고, 온몸이 잘 연결돼 있는 몸짓일 것이다. 계단 앞에 선 그에게는 이미 강한 마음의 힘이 있다. 여유마저 생긴다.

나는 얼마나 빠른지, 재빨리 일어날 수 있는지, 목소리는 어느 정도 크기인지, ‘아, 이 정도라면 공격자를 제압하긴 어렵겠구나’ 등을 판단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몸의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요한 순간에 ‘짠!’ 하고 그 몸짓을, 그 기술을 쓸 수 있다면 마음의 힘은 이미 달라져 있을 것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문미정(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 강사,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우리학교) 지은이(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