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이네 집에는 얼마 전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연이 둘째 이모가 딸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외동딸인 지연이는 앞으로 사촌동생을 친동생처럼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산후조리원에 있는 이모와 사촌동생을 만나러 갔습니다. 큰 눈을 깜빡거리며 지연이 와 지연이 가족들을 바라보는 동생은 정말 예뻤습니다.

“세상에. 우리 조카 어쩜 저렇게 눈이 맑아. 진짜 예쁘구나.” 엄마는 첫 조카를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엄마. 진짜 너무 예쁘다. 나도 어릴 때 이랬어요?”

“그럼. 너도 진짜 예뻤어. 사실 안 예쁜 아이가 어디있겠니.”

“맞아요.”

“우리 조카 조만간 조리원 생활 끝내고 집으로 올텐데 필요한 물건들 좀 사줘야겠네.”

“이모가 아기용품 이것저것 준비했다고 하시긴 했는데 그래도 못 사둔 게 있을 것 같아요.”

“그래. 너 그거 기억하니? 너 초등학교 입학할 때 말야. 이모가 가방부터 옷까지 풀세트로 다 준 비해줬었어. 공주님이라고 분홍색으로 색깔까지 다 맞춰서 사줬단다.”

“맞아요. 기억나요. 이모가 해줬던 것처럼 저도 동생 학교 갈 때 선물해주고 싶어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요. 여자라고 무조건 분홍색으로 다 사주는 건 별로예요.”

“왜 그때 색깔이 마음에 안 들었어?”

“네. 저는 사실 노란색을 좋아했는데 이모가 사준 건 온통 분홍색이었잖아요. 선물 챙겨주신 건 정말 감사했는데 여자애라고 분홍색으로만 사주신 건 아쉽더라고요. 남자들도 분홍색 좋아할 수 있는데 왜 어른들은 분홍색 하면 여자애들을 먼저 떠올리실까 궁금하기도 해요.”

“하긴. 지연이 얘기 듣고 보니 엄마도 그런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네.”

기획·정리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