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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508]
카탈루냐 독립과 문화적 권리





최근 독립선언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카탈루냐는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스페인 북동 부에 위치한 인구 750여만명에 스페인 국내총생 산(GDP)의 20%를 생산하는 부유한 지역이다. 카 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의 주축을 이루는 카스티 야 왕국에 합병된 이후에도 고유의 언어와 문화 를 통해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1인당 지 디피가 3만5000달러로 한국과 이탈리아보다 높고 만약 독립한다면 단숨에 세계 34위 정도의 경 제규모를 갖게 된다.

덴마크 인구가 570여만명, 아 일랜드가 470여만명인 것에 비춰 보면 경제규모나 인구 면에서 독립을 못할 이유는 없다. 2014년 독립 여부를 묻는 최초의 카탈루냐 주민 투표는 41% 투표율에 8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 타났고 2017년 스페인 경찰의 저지 속에 치러진 투표에서는 43% 투표율에 92%가 찬성하는 것으 로 나타났다. 지난 10월27일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선언을 하자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의회를 해산하고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직접통치를 선언 했다. 곧이어 각료들을 반란죄로 체포했고 푸지데 몬 자치정부 수반과 4명의 각료는 브뤼셀로 탈출 해 스페인의 체포영장이 청구된 상태에서 벨기에 법정의 심문을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12월 21일에 카탈루냐 지역에서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 고 공표한 상태다. 카탈루냐 독립선언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 장인 융커는 이런 시도는 유럽연합을 약화시킬 뿐 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투스크 상임의 장 역시 우리는 스페인을 상대할 뿐이며 카탈루냐 의회가 독립을 선언한다고 해서 회원국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국 대 통령도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일부이며 미국은 강 하고 하나 된 스페인을 지키기 위한 스페인 정부 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역사 속에서 전쟁, 조약 등을 통해 비자발적으로 합병된 소수민족의 독립 요구가 유럽연합의 해체나 기존 세계질서를 위협할 것을 걱정하는 이들의 반응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이와 같은 반응은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독립을 추구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 적 권리를 둘러싸고 1948년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논의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애초 이 선언의 27조 문화적 권리 조항은 인종, 언어, 종교적 소수가 자 신들의 문화를 공공영역에서 실천할 ‘집단권리’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초안은 미국이 의장 을 맡은 워킹그룹에서 삭제되었다. 미국은 기본적 으로 소수문제가 유럽의 문제이며 미국 내에 소수 문제는 없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벨기에는 히틀러 가 1920년대 국제연맹 헌장에 규정되었던 소수의 권리에 근거해 다른 나라에 있는 소수 독일인의 지위를 문제 삼아 개입과 침략을 정당화했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문화적 권리는 여전히 문화적 소수의 권리와 정 체성 보호를 통해 분리주의를 격려하고 궁극적으 로 국민국가의 통일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 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오늘날 개인과 집단의 언 어 및 문화에 대한 권리는 가장 중요한 인권 가운 데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카탈루냐가 독 자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근거로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다만 과거의 민족주의가 정 치적 독립을 목표로 팽창을 추구했다면 최근의 민 족주의는 저성장이 일반화된 후기지구화 과정에 서 자신들만의 배타적인 이익을 위해 고립을 목표 로 하는 경우가 많다. 카탈루냐는 자신들의 민족 주의가 배타적인 고립을 목 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 게 보편적인 세계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겨레> 2017-11-27,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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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는 국민국가의 종언을 말하는 걸까?





카탈루냐는 국민국가의 종언을 말하는 걸까? (…)국민국가는 근대 유럽 역사의 소산이다. 왕권, 교황권, 영주와 공국, 제국이 뒤얽혀 각 자의 영역이 중복되거나 애매했던 유럽에서는 결국 17세기 초 가톨릭과 신교 국가의 분쟁 형태를 취한 ‘30년 전쟁’이 발발했 다. 현재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한가운데가 전쟁터가 된 30년 전쟁은 당시 독일 인구의 4분의 1을 몰살시키는 대참사였다. 유럽의 모든 세력은 이 전쟁을 수습하는 베스트팔렌조약을 맺고서는 국민국가 체제를 고안했다. 각자의 세력권, 즉 주권 이 미치는 범위를 정확히 정하고, 그 안에서의 내정은 서로 간 섭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또 조약에 참여한 모든 세력은 국력 에 상관없이 대등한 지위를 갖는다고도 규정했다. (…)

유럽연합이 등장한 것도 그런 국민국가 체제의 한계를 말 해준다. 유럽연합 체제는 회원국인 기존 국민국가들의 권능을 제한해, 초국가 체제로 나아가려는 유럽통합의 한 단계다. 그 런데 최근 들어서는 카탈루냐뿐만 아니라 영국의 스코틀랜드, 이탈리아 북부 지방들이 분리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벨기에의 네덜란드어권과 프랑스어권, 프랑스의 코르시카, 스페인의 바 스크 등도 잠재적인 분리독립 추진 지역들이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움직임은 그 뿌리가 깊으나, 현 사태는 경직된 유럽연합 체제 운용으로 촉발된 측면이 크다. 스페인 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인 카탈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는 재정 흑자 상태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2015년 진보적이고 독립 적인 시 재정 운용을 주장한 아다 콜라우 시장을 선출했다.

콜 라우 시장은 중소기업 및 주민 세금 감세, 저소득층 지원, 1만 5000명의 난민 수용 주택 건설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지방정 부의 흑자재정을 규정한 유럽연합의 긴축정책 앞에서 콜라우 시정부는 남아도는 세수를 시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앙정 부로 이관해야만 했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 정부의 재무장관으로서 유 럽연합의 긴축정책에 저항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카탈루냐 의 이런 사정을 지적하며, 유럽연합이 새로운 주권 형태를 모색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존의 국민국가 영역을 축소하면서 도시와 지방의 권한을 강화하고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더 챙기 는 새로운 주권 행사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유럽연합은 기존의 국민국가 체제를 극복하려는 유럽통합 운동이다. 그렇다면 카탈루냐 사태나 다른 유럽의 분리독립 운동을 유럽에 새로운 차원의 주권 체제로 가는 길로 승화시 켜야 한다. 현재 유럽연합과 기존 회원국 지도부는 카탈루냐 사태가 영국의 탈퇴로 취약해진 유럽연합을 더욱 흔드는 요인 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카탈루냐 사태가 과거의 식민지 해방 투쟁 같은 사건으로 변하는 이유다.

정의길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한겨레> 2017-11-04,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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