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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알려면 매일 신문을 읽어야





개인과 사회


마사코의 질문>은 손연자 선생님이 쓴 소설집으로,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 겨 있습니다. 우리말을 쓰면 벌을 받던 교실 풍경에 서부터 일본군 성 노예로 끌려갔던 소녀의 가슴 아 픈 사연, 생체실험으로 죽어간 시인 윤동주, 관동대 지진 때 있었던 일 등이 읽는 이의 가슴을 적십니다. 특히 일본인 소녀 마사코가 할머니에게 던지는 질 문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입니다. 할머 니는 마사코에게 미국이 불쌍한 민간인들에게 폭 탄을 투하하여 큰 슬픔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마사코는 할머니에게 왜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 이 원자폭탄이라는 무시무시한 폭탄을 맞았느냐고 계속 묻습니다. 할머니는 마사코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지요. <마사코의 질문>을 읽은 후 청소년들과 열띤 토론 을 했습니다. 토론 주제는 “원폭에 맞아 죽거나 다친 일본인들은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입니다. 피해 자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전쟁 중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을 죽게 만든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들 대 부분은 군국주의자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전쟁 에 나가거나 전쟁을 도왔기 때문에 가해자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이에 대해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군인이 아니라 해도 후방에서 전쟁을 도운 것이 전쟁에 참여한 것이고, 일본이라 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피해자라고 보는 입장에서 한 학생이 “만약 당신이 그 당시 일 본인이었다면 전쟁을 반대하는 발언을 할 수 있었 겠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가해자 입장에 선 학생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도 그 당시에 살았 다면 전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용기를 내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힘에 눌려서 평화를 외 치지 못한 것은 비겁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민간인 이라고 해도 가해자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 <십대를 위한 다섯 단어>의 저 자 요시모토 다카아키는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사 상가이자 시인입니다. 2차 대전 이후 전쟁에 침묵하 거나 전쟁을 옹호한 문학가들의 책임을 주장하면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1960년대 일본에서 학생 운동이 한창 전개될 때 학생들과 행동을 같이 하며 사회개혁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는 태평양전 쟁 당시 십대였습니다. 책 속에서 그는 전쟁 당시 군 국주의를 외치던 군국소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누구도 전쟁을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에 반대하여 감옥에 간 사람은 일본 전체에서 겨우 10여 명 정도였습니다. 저자는 바로 이런 점을 일본인들은 기억해야 한다 고 강조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인 가운데는 전쟁에 나간 사 람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저자도 전 쟁 후 군국주의는 좋지 않고 다시는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일본은 침략 전쟁을 했기 때문에 일본 군인은 모두 나쁘며 그들의 죽음은 필연적이었다.”고 말할 수만 은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면 저자 자신도 전쟁에 반 대하지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들이 전쟁 중에 어떠한 마음으로 무엇을 했는지, 시대와 이 념에 얼마나 무력했는지 그 점을 성찰하지 않고서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과거에 일본인으로서 어떠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완전히 잊은 듯한 얼굴을 하고 평화운동을 해봤자 모두 헛 수고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저자는 최근 유럽과 아랍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자살폭탄 테러를 불과 60년 전에 일 본이 했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십대 였던 그때 저자는 특공대 청소년들을 존경했고, 죽는 것을 알면서도 나라를 위해 자기 몸을 던지는, 도 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 그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IS 대원들은 불과 60 년 전에 일본 군국주의 소년이 했던 행동을 하고 있 는 것입니다. 왜 일본인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게 되었을까? 서양에서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경우는 있지만 그것은 그 사람 개인의 판단 과 의지에 따른 선택입니다. 개인의 용기와 국가에 대한 헌신을 칭송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 서 공동체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지요.
 
개체로서의 개인과 사회적 개인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그래서 저자는 십대들에게 사회적 개인과 개체로 서의 개인을 분리하여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 고합니다. 개체로서의 개인과 사회적 개인을 분리하 지 못하면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국가의 문 제로 적용해서 생각하거나 타인의 정신적인 문제를 자신과 같이 생각해서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는 실 수를 저지르는 일이 생긴다고 지적합니다. 여기서 개체로서의 개인이란 타인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자기 내면을 포함한 그 사람 고유한 마음 같은 것입 니다. 사회적 개인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관한 문 제입니다. 일을 하거나 세금을 내거나 정치인을 뽑 는 것 등을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개인’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개체 로서의 개인, 사회적 개인,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개인, 이렇게 세 차원을 모두 생각하면서 자신의 이상 을 펼쳐나가는 것이 삶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 니다. 개체로서의 개인과 사회적 개인, 가족의 일원으 로서의 차원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저자가 제시한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세상이 어떻 게 돌아가는지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그것은 매일 신문을 읽는 것입니다. 텔레비전 방송이나 인터 넷으로 제공되는 뉴스도 있지만 신문부터 읽으라고 강력히 권합니다. 영상의 특성상 방송 뉴스는 인상 적인 것만 남기고 금세 잊힙니다. 이에 비해 신문 활 자는 멈춰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더구나 방송 뉴스에 나오는 전문가들은 방송의 영향을 의식하여 정직하게 말하기를 주저하기도 합 니다. 물론 신문이라고 해서 늘 진실을 말하지는 않 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말을 할 때보다 글로 쓸 때 더 진실을 드러냅니다. 신문도 여러 개를 읽어야 합니다.

신문에는 제각각 성향이 있습니다. 이를 테면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 같은 것입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특정 성향의 신문만 볼 게 아니라, 하나의 사건에 대해 신문마다 어떤 의견을 내는지를 살펴 봄으로써 관점의 다양성을 배워야 합니다. 때로 신 문사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애매한 표현으로 회피 하거나 별일 아닌 듯이 쓱 지나가 버립니다. 이럴 때 신문사가 왜 그 뉴스를 사소하게 처리하는지에 대 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저자는 자기를 존중하고 위로할 줄 알 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기를 존중하는 것은 이 기주의와 다릅니다. 자신과 잘 사귀는 것, 자기를 배 려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때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고 존중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학이나 예술의 기원이 바로 ‘자기 위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불 안정했거나 외로웠던 사람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행하는 것이 문학과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요. 저자 자신도 상처받은 아이였고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는데 그것을 글로 표현하면서 치유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 기 위해서도 아니고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아도 글 을 쓰는 것만으로 기쁘고 위로를 받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솔직하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 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기쓰기, 그리기, 춤추기, 대화하기, 명상하기, 걷기, 노래하기, 만들기, 운동하기 등입니다. 이 가운 데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우리는 자기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생각 근육 키우기 1
1. 이 책의 저자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십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세상, ‘나’라는 고유 명사, 죄와 죽음, 오 래된 규율들, 전쟁과 나입니다. 각각의 키워드에 따른 아래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무엇을 적어야 할지 생각이 안 나면 책에서 저자가 한 말을 정리해 보아도 좋습니다.

● 세상 : 왜 열네 살부터 세상을 알아야 하는가?

● ‘나’라는 고유명사 :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 죄와 죽음 : 자신을 존중하고 위로하는 방법은?

● 오래된 규율들 : 종교, 법, 국가란 무엇인가?

● 전쟁과 나 : 개인이 전쟁에 저항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도움말 1
저자는 중학생 때부터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십대도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는 하나의 개인이고, 시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 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의 종교나 국가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가지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바라는 십대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가장 먼저 할 일은 신문을 읽고 책을 읽으 면서 토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생각 근육 키우기 2
2. 다음은 어느 의과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실시한 인성면접 질문입니다. 면접에 임한다고 생각하고 답변해 보세요. 질문은 “세 명이서 여행을 계획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여행을 취소했다. 환불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데, 그 비용을 누가 처리해야 하나?”입니다.
도움말 2
둘 이상만 모여도 갈등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에서 고민을 하면서 갈등을 풀어가는 기술을 배워 야 합니다. 위 질문에서는 먼저 여행을 취소한 사람이 어떤 사 정 때문에 취소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나머지 두 사람이 배려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공평과 공정은 다른 개념입니다. 똑같이 나누는 것은 공평이지 만 상대방의 사정을 고려하여 나누는 것은 공정입니다. 공정은 약자를 우선적으로 더 배려하는 것입니다.
친구의 글
십대는 수동이 아닌 능동이다 당장 현실을 직시하기보단 자신의 상상력이 만든 공간에 빠져 있 는 게 더 많은 십대. 그런 십대인 나도 이 책이 ‘재밌을까?’ 라는 생각으로 첫 장을 넘겼다. 어른들이 아무리 자신의 경험과, 또는 좋은 조언을 십대에게 많이 한다 해도 소용이 없다. 정작 십대들 은 ‘잔소리’로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십대에게 가장 필 요한건 뭘까? 앉혀놓고 지루한 말들만 늘어놓는 것이 좋을까? 십대는 수동이 아닌 능동이다. 이 책의 겉표지에 쓰인 ‘남의 생 각이 아닌 나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십대에게’ 라는 말 처럼 십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바람대로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훈계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자는 자신이 십대였을 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몰랐고 어리석었음을 솔 직하게 털어놓았다. 일본인으로서 전쟁에 반대하지 못했음을 부 끄러워하였다. 저자는 강요하지 않고 권유한다. 십대가 많이 생각할만한 ‘죽 음’ 이나, 십대가 경험하는 사회 속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나 가며 설명해 주고 있다. 왜 신문을 보는 게 좋은지, 다른 종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게 좋은지, 자기를 위로하기 위해 어떻 게 해야 하는지 등을 위화감 없이 말해 준다. 나는 어른들에게 묻는다. ‘왜 십대를 어른의 기준으로만 바꾸 려고 하나요?’ 이 질문에 대해 이 책을 읽지 않은 어른이라면 금 방 고지식한 답변을 할 것이다. ‘그야 지금 사회가 이러하니까…’ 어른들에게 이런 답변을 듣고 싶지 않은 십대라면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평소에 어른들이 하던 잔소리와 다른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고지식한 답변을 피하고 싶은 어른들 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박은선・서울장위중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