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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대북 인도적 지원’ 사설 비교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나는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 헌장의 의무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음에도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나는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 헌장의 의무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음에도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 경색 푸는 계기 되기를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산하 기구의 요청에 따라 아동·임산부 보건사업 등에 800만달러를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기 전 2015년 12월 80만달러를 보낸 것이 마지막이었다. 정부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논의를 거쳐 이 방안을 확정하면, 21개월 만에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재개되는 것이자 문재인 정부 첫 대북 지원이 된다. 정부의 이번 지원이 최악의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청신호가 되기를 바란다.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악화하기 시작하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미약하나마 개선 조짐이 보이더니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남북 화해를 이야기하는 것이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로 악화했다. 군사정권 시절 말고 남북관계가 이렇게 꽉 막힌 적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그러나 이런 대치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남북 어느 쪽에도 이로울 것이 없다.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불러내려면 제재·압박 위주의 강경책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은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견해다. 2006년 이후 북한 미사일·핵 개발에 대해 무려 10차례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주지 못했고 북한 정권을 돌려세우지도 못했다. 지난 11일 통과한 안보리 결의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제재·압박과 함께 대화의 필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이번 지원 방안은 이런 원칙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남북관계는 모든 채널이 끊긴 상태다. 지난 6월 남북이 합의한 ‘9월 태권도 시범단 방북’마저 한반도 긴장 고조 속에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런 불통 상태가 더 계속돼선 안 된다. 정부의 지원 방안이 나오자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마당에 무슨 대북 지원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는 이런 목소리에 휘둘리지 말고 꿋꿋하게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남북관계 복원의 물꼬를 터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전술핵 반대” “대북 인도적 지원”…왜 이렇게 서두르나

 

 

 

통일부 당국자가 어제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8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을 21일로 예정된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아동과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영양강화 사업과 백신 및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사업을 위해서다. 북한 동포에 대한 지원은 800만 달러가 아닌, 그 10배, 100배라도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인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지 11일 만이고 이를 제재하는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 지 불과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다. 아무리 인도적 지원이라고는 하지만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국민 정서에 부합하느냐부터 문제다. 북한 6차 핵실험은 남북한 군사적 균형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게임 체인저’다. 그만큼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또 우리를 “동족의 껍데기를 쓴 미국의 개”라고 비난했다. 이런 판국에 대북 지원이라니, 남북 정상회담을 구걸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까지 고개를 드는 것이다.

 

또 국제적인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멕시코에 이어 페루가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중국도 이번 제재 결의안 통과 때 ‘규탄’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번 제재를 ‘작은 걸음’이라 하고, 미 국무부가 ‘천장’이 아닌 ‘바닥’이라고 말한 것은 추가 독자제재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같은 시점에서 대북 지원은 자칫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당장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지 않았는가.

 

통일부의 거듭되는 엇박자 행보와 조급증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통일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뜬금없이 남북 군사회담과 개성공단 재개 검토 등을 발표해 ‘극한 압박’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여 왔다. 여기에다 어제 문 대통령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술핵의 재배치는 냉정하게 계산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미국에서 매케인 상원의원 등 다양한 인사들이 “전술핵 재배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최고 결정권자인 문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을 남겨두어야지 왜 지나치게 서둘러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는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과 통일부의 급변침은 일부 진보진영의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의식한 결과일 수 있다. 아니면 북한에 먼저 화해 메시지를 던져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지의 소산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리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대통령과 통일부가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지 말고 넓게 보고 신중히 나아갔으면 한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정치 상황 관계없이 원칙대로 추진해야”…중앙 “인도적 차원이지만 왜 하필 지금인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21일, 정부는 국제기구들이 요청한 바에 따라 북한에 대해 800만달러(약 90억원) 규모의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으로, 임산부와 5살 미만의 아동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과거 이라크와 이란을 국제적으로 제재했을 당시 그 나라들의 권력자가 아니라 어린이를 비롯해 수십만명의 빈곤층이 심각한 위기에 내몰렸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자체는 필요해 보인다.

 

한겨레와 중앙 또한 인도적 지원의 취지에는 모두 찬성한다. 중앙은 “북한 동포에 대한 지원은 800만 달러가 아닌, 그 10배, 100배라도 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한겨레는 정부가 비판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꿋꿋하게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라고 충고하기까지 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지원 시점 등을 놓고는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이 완전히 엇갈린다. 중앙은 인도적 지원에는 반대할 것이 없지만 왜 하필 지금이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정부의 지원계획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지 11일 만에 전격 발표됐다. 유엔의 북핵 제재안이 결의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이 점에서 “아무리 인도적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중앙의 평가에는 설득력이 있다.

 

중앙은 정부의 인도적 지원 발표의 배경을 국내 정치 측면에서 조목조목 짚으며 강도 높게 검토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구걸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 “일부 진보진영의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을 의식한 결과”, “대통령과 통일부가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지 말”라는 등의 표현에는,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일고 있는 비판의 핵심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반면 한겨레는 “군사정권 시절 말고 남북 관계가 이렇게 꽉 막힌 적이 있었는지”를 물으며, “제재·압박과 함께 대화의 필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활발했던 남북 화해 협력은 인도적 지원에서부터 물꼬가 트인 측면이 있다. “무려 10차례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주지 못했”던 현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은 늘 전쟁 위험성만 키워왔다는 측면에서 한겨레의 주장 역시 귀를 기울일 만하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주장에 박수를 보내기란 쉽지 않다. 대북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쏟아졌던 ‘퍼주기’라는 비판이 전혀 근거 없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이어졌던 우리 측의 지원에도 별로 달라진 바가 없다. 적어도 핵문제 해결 전략 차원에서만 보자면 인도적 지원은 큰 효과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겨레 사설에는 보다 깊은 논의가 담겨 있다. 한겨레는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불러내려면 제재·압박 위주의 강경책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은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견해”라고 말한다. ‘제재·압박 위주의 강경책’을 외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대화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관계도 미묘하다. 북핵 문제에 있어 두 나라는 서로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싶지 않아 한다.

 

이런 현실에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주도하면서도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맥이 통해 보인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한목소리로 외치지만 미묘하게 입장이 다른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먼저 화해 메시지를 던져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지의 소산”이라는 중앙의 표현에서도 한반도 운전자론의 일면이 엿보인다.

 

정부가 인도적 지원 검토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북한은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런 북측의 행보로 볼 때, 정부의 유화적인 태도가 “국제적인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중앙의 지적은 일리 있어 보인다. 철저하게 미국, 일본과 보조를 맞추어 강경책을 펼쳐야 핵무기를 향한 북한의 집착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2006년 이후 계속되어왔던 국제사회의 북핵 제재가 큰 효과가 없었다는 한겨레의 주장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두 사설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과 고민을 잘 보여준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시오노 나나미 지음, 한길사 펴냄, 2002년

 

 

피렌체의 고위 관료였던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인간적이어서 세상이 폭력으로 가득 차는 것보다 잔인한 군주가 폭력 쓰는 자들을 질서 속에 묶어두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결과가 좋다면 수단은 어찌 되어도 좋다는 식이다. 당시 피렌체는 프랑스 같은 강대국과 복잡한 국제 정세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북핵을 둘러싸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은꼴이다.

 

북한은 ‘아래로부터의 시장화’와 ‘위로부터의 핵무장’이 교차하는 나라다. 김씨 가문이 정권 유지를 위해 핵개발에 매달리는 사이, 북한의 경제는 장마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한반도 전문가 헤이즐 스미스 교수는 북한을 변화시키려면 머릿속에 핵밖에 없는 그쪽의 권력자보다 장마당의 민중들에게 주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추천 도서]

 

장마당과 선군정치

 

헤이즐 스미스 지음, 창비 펴냄, 2017년

 

 

 







 

 

 

[키워드로 보는 사설]

 

 

대북 인도적 지원

 

 

지난 21일, 정부는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 등의 국제기구가 펼치는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달러(약 90억원)을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 강화 사업에 450만달러,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과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사업에 350만달러를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대북 지원을 하는 경우는 없다. 이번 논의도 세계식량계획과 유니세프가 정부에 공여를 요청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 정부의 지원은 국제기구를 통해 이루어지며,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급된다. 북한의 탁아시설과 소아병동에 단백질·미네랄·비타민 등을 혼합한 슈퍼시리얼과 슈퍼비스킷을 제공하며, 1살 미만 아동에게 결핵, 비(B)형 간염, 홍역, 소아마비 등의 백신을 접종한다. 설사와 호흡기 감염병 등 아동에게 필수적인 의약품도 지원한다. 이 모두는 현금이 아닌 100% 현물 지원이므로 군사 등의 목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없다는 것이 정부 쪽 주장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으로 미국(100만달러), 러시아(300만달러), 스위스(700만달러), 스웨덴(150만달러), 프랑스(49만달러) 등 여러 나라가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지원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과 북핵 문제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유 아시아 방송>(RFA) 등에 따르면, 북한에 지원하는 영양과자 등이 인민군의 비상식량으로 둔갑하고 지원 물자가 일부 특권층의 외화벌이 사업에 이용된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