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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학생 눈치는 보는데…교사는 ‘패싱’?
학부모·학생 눈치는 보는데…교사는 ‘패싱’?​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사라진 교사를 찾습니다’ 출판

학부모는 정치권이 표 의식
학생은 인권조례로 발언권 세져
각종 교육정책 쏟아지지만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정책 등
현장 교사 의견은 반영 안 돼
“교사정치기본권 제약된 탓”
헌법소원심판청구 제출하기도


지난 8월11일 실천교육교사모임이 펴낸 <사라진 교사를 찾습니다> 북콘서트에서 참가자들이 행사가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실천교육교사 모임 제공우리나라에서 교사란 참 묘한 직업이다. 어떤 때는 ‘성직’으로, 어떤 때는 ‘전문직’으로, 또 어떤 때는 ‘노동직’으로 분류된다. 

교사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무한정 헌신을 요구할 때는 ‘성직’으로 본다. 교사를 무능하고 나태한 집단으로 몰아세울 때는 ‘전문직’으로 간주한다. 전문직인데 왜 이리 자기계발 안하고 무사안일하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교사를 채용하고 관리할 때는 ‘노동직’이다. 

한국에서 교사란 성직자의 헌신, 전문직의 자기계발을 요구받으면서, 동시에 일반적인 노동자처럼 보상받는다. 한데 자주 시기의 대상이 된다. 방학 두 달 동안 쉬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받는 ‘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일년 중 넉달이 방학이며 정년도 3년 더 긴 대학교수에 대해서는 별말 없는 여론이 초?중등 교사에게는 일하는 양에 비해 연봉이 너무 많다느니, 연금을 깎아야 한다느니 하면서 아우성이다.” 

방금 소개한 2가지 얘기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지난 7월 펴낸 <사라진 교사를 찾습니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단체는 전교조나 교총과는 다른 ‘제 3의 길’을 모색하겠다며 지난 2015년 10월 출범했다. 신동하 정책팀장(경기 청솔중)은 “교육분야에서 노조운동은 일정 한계가 있다. 이를 테면 전교조에는 교장이나 장학사가 가입할 수 없다. 그러나 교장이 누구냐에 따라서 학교는 크게 달라진다”며 “교장이나 장학사 등 관리자들도 포함하는 교육운동을 하자는 취지로 실천교육교사모임을 만들었다. 현재 10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라고 소개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사라진 교사를 찾습니다>를 내게 된 건 ‘교사 패싱’이 심각한 상태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교육 3주체를 학생·학부모·교사라고 하는데, 학부모는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서, 학생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발언권이 세졌다. 그러나 교사는 항상 개혁 대상이고 ‘동네북’으로 전락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신 정책팀장은 “교사는 교육개혁 의지나 현장에 적합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는 전혀 없다”며 “단적으로 청와대에 교육문화수석이 없다(현재 사회수석 밑에 교육비서관이 있다). 교육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교육회의에 현직 교사가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학부모는 물론 사교육업체하고는 얘기를 하는데 교사는 열외”라며 “교사들 얘기만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그러나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교사들의 의견 청취를 소홀히 하니까 정책 정합성이 떨어지고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초등학교 1~4학년 오후 3시 하교 정책을 보자.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초등 저학년이 오후 1시에 하교하면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학원 뺑뺑이’를 하는 현상 때문에 고안한 정책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책의 직접 당사자인 교사들의 의견이 거의 수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김한새얼(강원 학성초) 교사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교사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아이들 하교 시킨 다음에 행정 업무 처리하고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며 “독일 전일제 학교의 경우 1~2시에 하교하면 다른 건물로 이동해 전담 교사가 담당하는 걸로 알고 있다. 아이에게 놀이시간을 주는 건 동의하지만 예산과 인력 확보 없이 교사들만 쥐어짜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올 1월 강원도교육청이 ‘놀이밥 100분’(초등 저학년 3시 하교) 정책을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하자 문제점을 댓글로 달았다. 김 교사는 관련 티에프(TF)에 초청을 받아 회의에 참가했고 현장의 문제점을 호소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책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 교수는 교육전문가로 대우…교사는?

그는 “교육부나 교육청이 정책을 수립할 때 가끔 교사들에게 설문조사를 한다. 한데 현장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며 “결국 일선학교 교사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한 요식행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정부 교육 정책을 수립할 때 교수들의 의견은 많이 청취합니다. 하지만 교수는 학교 현장은 잘 모르죠. 그럼에도 교수는 전문가로 취급하고 학교를 잘 아는 교사는 무시합니다.”

경기 성남서초등학교 천경호 교사는 교육부?교육청 사업이 관료적 질서에 따라 진행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 부진 학생 정책을 보자. 기초 학력 부진은 학습 문제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은 복지 대상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결손 가정이거나 한부모 가정, 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모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천 교사는 “그런데도 예산은 교육부·교육청 각 부서별로 나뉘어 여기서 찔끔 저기서 찔끔 4~5곳에서 내려온다. 교육 담당 부서, 복지 담당 부서, 정보 담당 부서, 심지어 농산어촌 지원 부서가 따로 사업을 벌인다”며 “그러면 교사는 건별로 일일이 계획을 세우고, 위원회를 만들고 협의해서 기록을 남기고 예산 정산까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재직 중인 성남만 해도 신시가지(분당)와 구시가지는 이른바 학군이 다르다. 구시가지는 가정환경이 안 좋은 경우가 있고 따라서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아이들을 정서적 측면에서 다루면서 학습을 시켜야 한다”며 “이런 학교별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위에서는 일률적 지시가 내려온다”고 지적했다. 

그가 볼 때 핵심은 ‘학교 자치’다. 학교마다 아이들의 상황이 다 다르므로 그에 맞게 교육과 학습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구조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점들은 결국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 탓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 학교마다 상황 다른데 일률적 지시 내려와

그렇다면 ‘교사 패싱’이 계속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천교육교사모임은 교사들의 정치적 발언권이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 국가공무원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에 의해 교사는 선거 당일 투표를 제외한 모든 정치적 행위가 금지돼 있다. 

교사는 정당 가입은 물론 각 정당 국민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 교사는 교사직을 버리지 않고서는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선거는 물론 교육감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다. 심지어 교육감 후보 공약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 

학문은 뒷전이고 정치에 참여해 출세하려는 이른바 ‘폴리페서’와 ‘정치적 금치산자’인 교사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결국 지난 2월 ‘교사정치기본권찾기연대’ 강신만 상임대표 등 33명은 1068명의 의견서와 함께 교사들의 공직출마와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본안 심의에 들어간 상태다. 이 단체 발기인 가운데 한 명인 설진성 교사(서울 휘봉초)는 “교사에게 민주시민을 양성하라고 주문하지만, 정작 법에 저촉될까봐 촛불집회나 세월호 얘기를 수업시간에 할 수가 없다”며 “교사가 민주시민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교사에게 정치적 기본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는 종교적 중립 의무가 있다. 그렇다고 교사는 종교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교사가 정치적 기본권을 가지면 수업시간에 특정 이념을 주입할까봐 우려하는 분들이 있는데 기우”라고 밝혔다. 

김태경 <함께하는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