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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이야기에서 인간을 읽다
연재ㅣ우리 아이 고전 읽기

코로나19의 창궐로 유독 주목받는 고전이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다. 1940년대 알제리 오랑시에서 페스트가 기승을 부린다는 설정으로 쓴 소설인데 사실 그 당시 알제리에서 페스트가 발생한 적은 없다.

카뮈는 중세시대에 대유행했던 페스트가 1940년대 알제리 오랑시에서 발생하면 어떤 상황이 될 것인지 상상하며 집필했다. 카뮈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쓴 <페스트>를 읽다 보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상황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그러므로 <페스트>야말로 우리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알려주는 고전이다.

고전은 어렵고 고리타분한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페스트가 급습한 1940년대 오랑시의 관리와 시민들의 모습은 코로나를 접한 우리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며 성실하게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의사 리유, 전염병이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벌이라고 설교하는 파늘루 신부, 페스트가 창궐한 상황을 악용해서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데 골몰하는 코타르 등 <페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다양한 형태의 인간을 대변한다. 그래서 <페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페스트를 세밀하게 묘사한 사실주의 소설을 읽는 것이기도 하지만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한 기록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오랑시 당국은 페스트를 열병인 것처럼 시민들에게 알리고 사태가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원했지만 결국 사망자가 급증하자 부랴부랴 관리들은 도시를 폐쇄하고 오랑시 시민들은 졸지에 도시에 갇힌 죄수가 되어버린다.
재난을 객관적으로 보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관청과 마찬가지로 시민들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자신들이 누리던 일상생활이 제약을 받고 개인적인 이익이 영향을 받는 것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는 조처를 완화하지 않는 정부를 비난한다. 누군가가 코로나가 덮친 현재 상황을 소설로 쓴다고 해도 1947년에 출간된 <페스트>가 묘사한 내용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많은 독자는 <페스트>를 전염병이 덮친 비참한 상황을 묘사한 우울하고 어려운 소설로 생각하지만 1960년까지 65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내려놓기가 망설여지는 탄탄한 서사, 그 어떤 등장인물도 홀로 내버려두지 않고 전체 이야기에 녹여내는 구성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인간의 심리는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모하더라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을 통해서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 사람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오랑시 시민들이 페스트가 물러갔다고 환호를 지르고 잔치를 벌일 때 의사 리유는 병균은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방이나 서류 더미에서 살아 있다가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를 다시 덮칠 것이라고 확신한 것처럼 고전은 다가올 미래 세계도 예측하게 해준다.



박균호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